발언 논란…"여야, 안상훈·김윤 공천 취소하라" 지역 의사들·의대 교수 "투쟁 알겠지만 부적절…대표성 인식하길"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인 임현택 후보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들고 있다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인 임현택 후보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들고 있다

 

【청주일보】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사들과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차기 대한의사협회장의 잇단 강성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의사 사회에서 조차도  "투쟁 의지는 알겠지만 부적절하다"며 사태 해결 의지가 있기나한지 의문이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장(당선인)은 지난 28일 기자들을 만나 "전공의나 학생, 교수 중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모든 의사 직역을 동원해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5월 1일부터 3년간 임기를 이어간다.


의협이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지에 대해서는 "정권에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어떤가 싶다"며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기회를 줬는데 고집을 굽히지 않으면 그때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힘을 모으면 대통령도 바꿀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의사들이 힘을 합쳐 정치색을 보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그동안처럼 여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댄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 출신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키겠다고도 한 그는 "의협 손에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비례 1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 이주영 후보다.


그는 "대통령실 사회수석이었던 국민의미래 안상훈 비례대표 후보, 의대증원 2000명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더불어민주연합 김윤 비례대표 후보를 여야가 공천 취소해야 한다"며 당선되지 말아야 할 인물들로 규정했다.

정부와의 대화와 관련해 그는 "대화 전제조건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이며, 정부와 여당에서 '진작 대화에 나설 걸 그랬다'고 후회할 만한 걸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전공의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사 사회는 그의 발언에 적잖게 당황한 분위기다. 아무리 '초강경파 인사'라지만 법정 의사단체 대표면 정부, 정치권과 협업을 모색해야 하는데 오로지 투쟁만 강조한다는 이유에서다. 의사들을 향한 국민 여론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 직역 단체장은 "뽑히자마자 정부에 공격받을 빌미를 주는가 싶다. 정치 세력화는 국민 여론도 돌아설 일이다. 선거법상 '낙선운동'으로 저촉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임기가 3년이다. 최소한 본인을 방어할 수단도 고민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시군구의사회장은 "의사나 의사 가족은 국민의힘을 안 찍거나, 투표 안 하겠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후보 간 표차가 적게 날 지역이라면 낙선될 수도 있다"면서도 "의협 회장이 마냥 강경하게 나가면 안 된다. 대화의 여지도 두고, 유연해야 하는데 발언보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라고 했다.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는 13만7928명의 의사 중 의협에 회비를 내는 5만8027명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중 3만3084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했고 임 당선인은 2만1646표를 얻었다. 일부 의사들은 "나머지 11만여명의 의사들도 지지할 만큼 행보를 보여야한다, (의사들이) 돌아서기를 바라지 않았으면 한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경기 소재 대학병원의 필수진료과 교수도 "14만명 의사에 가족까지 더하면 50만명 될 텐데 선거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투쟁 차원에서 장차관 사퇴도 그런데 의협 회장이 어느 편을 직접적으로 들겠다는 게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는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누구하고도 대화하고 타협할 분야다. 숙원을 정책으로 만드는 게 의협 회장의 기본적인 역할"이라면서 "그런데 '나는 선명하게 투쟁하겠다'는 방침은 부적절하다. 우리는 누구 지지한다는 발언도 대표성을 띤 인물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임 당선인은 최근 발언들과 관련해 뉴스1에 "투쟁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낙선 운동도 포함됐다"면서 "자세한 취지는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겠다"고 답변했다. 임 당선인은 29일 오전 11시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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