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황영자 작가의 설치, 영상, 회화, 사진 등 80여 점 전시

▲ 【충북·세종=청주일보】 김주영, 여인의 마을,2001-2018, 나무판에 페인팅, 혼합재료,
【충북·세종=청주일보】 박창서 기자 = 청주시립미술관은 오는 27일부터 9월 15일까지 2, 3층 전시장에서 2019 기획전으로 ‘놓아라!’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화단에서 원로 여성작가로서 활동을 이어온 김주영, 황영자 작가의 2인 전시로, 설치, 영상, 회화, 사진 등 80여점의 대표작이 전시된다.

놓아라! 전은 김주영과 황영자 두 작가의 전시로 기획됐다.

김주영과 황영자는 서로 전혀 연계점이 없는 작품의 경향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화단의 ‘원로’로 불려야 할 현재의 시점에도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여성 작가들이다.

또 화단의 어떤 그룹이나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일생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작품을 다시 한 번 정당한 감상과 평가의 자리로 초대하며, ‘놓아라!’라는 제목을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술계라는 울타리는 생각보다 많은 올가미들이 작동한다.

작품성은 논외로 하고 출신 대학과 계보, 성별, 그리고 당대의 유행 사조에 이르기까지 한 작가가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기까지는 대개 올가미들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김주영과 황영자 두 작가는 자신들을 옭아매는 것들, 어쩌면 다른 이들에게는 보호막이나 동아줄이 되어줬을 그것들을 스스로의 일생에서 배제해 왔다.

여기서 전시 제목인 ‘놓아라!’는 자신들의 작업 행보를 가로막는 것들에게 던지는 일갈(一喝)을 뜻한다.

또 하나, ‘놓아라’는 두 작가가 평생에 걸쳐 보여주었던 장대한 화업의 한 단락을 내려놓아 보여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과거를 시간 순으로 회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두 사람이 몰두해 있는 바로 그 작업들을 한 자리에 내려놓고 보자는 것이다.

김주영의 노마디즘에 대한 몰두는 평생을 이어 왔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의 노마디즘 테마 작업들 가운데서도 캔버스 틀을 벗어난 회화와 물성이 강한 설치 작품들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황영자는 자신이 바라보는 현실을 초현실성으로 강화시켜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화면을 창조해낸다.

황영자의 작품은 전 세계의 페미니즘 미술가들이 이론적 실천적으로 넘어서고자 했던 어떤 지점을 자신의 기질과 필력으로 가볍게 극복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양식적, 내용적으로 전혀 다른 두 작가의 작품, 또한 전혀 다른 방식의 일생을 살아온 두 작가의 작품을 대비해봄으로써 날카로운 지성과 폭발하는 감성이 서로 섞이고 충돌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주영은 1948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진천과 청주에서 학창시절(청주여자고등학교)을 보내고 홍익대학교 서양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1986년 파리에 유학해 파리 제 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파리 볼가 아틀리에를 거쳐 프랑스 문화성이 제공하는 세잔 아틀리에에 영구 레지던스 작가로 입주했다.

1988년 인도 행을 시작으로 하여 몽골, 티베트, 일본, 유럽, 한국 DMZ 등지에서 노마디즘 콘셉의 퍼포먼스와 설치를 중심으로 한 현장 작업을 해왔다.

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베르나노스 화랑, 토탈미술관, 장-프랑수아 메이에 갤러리 등 파리와 서울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3·1운동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하정웅컬렉션전(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경기아카이브 지금(경기미술관) 등의 단체전에 다수 참여했다.

이번 ‘놓아라!’ 전시에서 작가는 ‘떠남과 머묾’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2005년 귀국해 마련한 충북 오창의 작업실에서부터 현재의 경기도 안성 분토골의 작업실까지 노마디즘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창의 폐허 황토농가에서 수집한 잔재와 쓰레기, 고도의 세련된 문명을 외면한 옛 방앗간의 부품 등 작가가 기록하고 발견한 재료들을 오브제로 사용하여 붙이거나 그린 작품 <그땐 그랬지>, <어느 가족 이야기>, <방앗간 쌀의 영혼> 등은 촉각적이며 서술적인 사유의 공간을 창출했다.

<밤의 심연>으로 대표되는 캔버스 틀을 벗어난 대형 작품들,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들을 고착시킨 <기억상자 시리즈>와 기록 영상 작품 <시베리아, 시베리아> 등 작가가 유랑의 현장에서 얻은 흔적들을 회상하는 공간으로 꾸며 삶과 예술이 일치되는 작가의 긴 행적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황영자는 1941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원로 여성작가이다.

미술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림을 시작한 작가는 과거 가부장적 사회의 남존여비 사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딸에게 ‘항상 상석에 앉으라’고 가르쳤던 아버지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러한 영향으로 황영자의 작품 속에서 여성은 늘 주인공이었고, 남성은 인형이나 펭귄처럼 자신의 관념 속에서 좌우되는 부수적인 존재로 표현되었다.

이처럼 작가는 여성의 시선으로 자신이 경험해온 것들을 캔버스 화면에 자유롭게 담아왔다.

특히 화가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불안한 심리상태와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욕망, 에로티즘의 감정들을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화면구성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방대한 작업을 선보여온 황영자의 작품 중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작까지를 소개한다.

<몽상가>, <내 안에 여럿이 산다>, <하늘 길>, <펭귄>, <인형들> 등 다양한 스토리로 구성된 작업들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실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초현실의 세계를 재현한다. 더불어 작가의 작품에서 착안해 기획된 "VOGUE KOREA" 매거진의 사진도 함께 전시된다.

작가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작가가 되는 이번 화보는 작가의 대표작을 패러디 한 것으로, 작가와 작가의 작품을 새롭게 보는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화가로서’ 또한 ‘여성으로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황영자의 이번 전시는 그녀의 다층적인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청주시립미술관은 올해부터 공공기관으로서의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에 전시 준비기간 가지던 관행을 벗어나, 본관 1층 전시장과 2, 3층 전시장을 분리 운영하여 연중 휴관기간 없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본관 1층 전시장에서는 오는 7월 28일까지 로컬 프로젝트 “하하하-최익규”전이 열리며, 2, 3층 전시장에서는 오는 27일부터 9월 15일까지 “놓아라!”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다.

청주시립미술관은 항시 미술관을 개방하여 미술을 즐기고자 하는 시민들이 언제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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