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라틴어 문장이다. `여유로움 총량불변의 법칙'의 전제가 되었던 세테리스 파리부스, 즉 `고정된 외생요인'을 과감히 `조정해야 할, 아니 최적화해야 할 외생요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경제학과 과학철학 등에서 전제되는 법칙으로, ‘모든 것들이 동일하다면’의 의미를 가진 라틴어 문장으로 ‘다른 것’을 뜻하는 'cēterus'와 ‘동일함’을 뜻하는 'pāribus'가 합쳐진 문장이다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변하는 것들이 없다면”, “다른 것들이 같다면”이라는 뜻을 가진다. 서로 다른 X와 Y를 어떤 특정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경우에 있어서, 이 특정한 기준에 적용되어 비교되어야만 하는 해당 사항만을 제외하고 모든 다른 사항들을 동일하게 가정해야만 할 때 주로 사용되는 문장이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사용했으며, 주로 경제학의 분야에서 13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17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페티(William Petty)가 영어로 된 출판물에 처음 사용하였으며,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인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에 의해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영국의 경제학자로 케인스의 스승인 앨프리드 마셜이 미시경제 분석을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경제에 영향을 주는 모든 변수를 전부 고려하면 경제 현상의 파악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한 가지 변수를 검토하는 동안 다른 변수들은 ‘울타리’에 가둬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경제학자의 머릿속 가상현실에서 행해지는 ‘사고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 장치의 장점은 명징하고 일관된 경제 분석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쇠고기의 가격에만 초점을 맞춰 수요 변화를 분석하면 ‘쇠고기의 가격이 상승하면 쇠고기 수요는 줄어든다’는 명확한 법칙이 얻어진다.

하지만 대체재인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도 쇠고기 수요는 줄 수 있다. 소득이 감소하거나 쇠고기가 건강에 나쁘다는 판정이 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현실은 이 모든 변수들이 뒤엉켜 있는 복잡계다. 결

국 ‘모든 조건이 같다면’은 경제학에서는 유용할지 몰라도 현실에서 성립할 수 없는 가정이라는 얘기다.

경제학이 현실에서 자주 무능을 드러내는 이유다. 더 나쁜 것은 이것이 인간의 주체적 노력에 의한 조건의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한국의 경제개발이다. 1960년대 초 한국은 자원도 인력도 산업 시설도 없었던 세계 최빈국이었다. 이런 조건에서 제조업 육성을 통한 경제개발은 난센스였다. 그러나 한국은 도전했고 성공했다. 모든 조건은 결코 영원히 같을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리고 인간의 노력과 지혜가 보태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세테리스 파리부스가 현실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세상에는 그 밖의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 공부를 잘못 했거나, 이런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 눈을 꼭 감고 국가 경제의 향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숫자를 계산해 내는 정치인과 정치에 눈이 팔린 경제학자들이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한쪽 손(hand)만 있는 외팔이 경제학자는 없냐”라고 푸념한 적이 있다.

정책의 효과에 대해 매번 “한편으론(on the one hand) 이렇지만, 다른 한편으론(on the other hand) 이런 효과가 있다”며 양 측면을 설명하는 경제학자들에 대한 불만 섞인 농담이었다.

경제학은 어떤 경제적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원인 중 가장 주요하고 상관관계가 있는 원인을 찾아내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동일하다고 가정한 후 의미 있게 변화하는 단일한 요인을 찾아내는 데 세테리스 파리부스가 중요하게 사용된다.

1980년대 과학철학 분야에서는 이 문장이 과학적인 방법에서 실제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의 과학철학자 낸시 카트라이트(Nancy Cartwright)가 이 개념을 비판하였다. 이 개념은 인식론이나 윤리학에 적용되어 도덕 딜레마적 상황을 해결하는 실마리로도 쓰이며, 도덕 행위자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 이유를 결정하는 데 있어 모든 상황을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그럴 듯하게 생각되는 일견(prima facie)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20세기 미국의 분석철학자 루돌프 카르납(Rudolph Carnap)에 의하면, 과학적 이론이나 가설에 대한 시험 절차가 믿을 만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경우는 해당 가설에 관련되지 않은 요인들이 제외되거나 적어도 통제되는 경우이다.

과학철학에 의하면 자연 현상은 물리법칙을 전제로 하는 연역·법칙정립적 설명(Deductive-Nomological explanation)으로 인해 설명된다. 하지만 이 물리법칙들은 세테리스 파리부스를 필수적으로 전제하는데, 왜냐하면 이 물리법칙들은 전형적으로 이상적인 조건 아래에서 생겨나는 자연현상을 일반화한 법칙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매질은 비등방적이기 때문에, 굴절의 법칙이라고 알려진 스넬의 법칙(Snell’s law)은 보편적 법칙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법칙은 오직 이상적인 조건 아래, 곧 등방성(等方性) 매질이 있는 경우에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트라이트는 스넬의 법칙을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과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하였다. 즉 이 법칙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상적인 현상과 이상적이지 않은 현상 둘 다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는 과학적인 설명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 듯 보였지만, 이 개념이 어떻게 이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를 정당화하는 철학적 작업은 부재하였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이후의 과학철학은 과학적 설명의 구조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에 매진하게 되었다.


적용

첫째 외생요인을 조정해 시간적 여유를 유지하면서도 단위시간당 부가가치 생산을 대폭 증가시켜 금전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혹자는 여기에 대단한 묘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가경제적으로 불필요한 일을,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만들어 내는 일을 최소화하고, 거치지 않아도 될 행정프로세스를 과감히 타파하며, IT를 포함한 가치혁신기술의 도입을 통해 단위시간당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이다.

둘째 같은 시간적 여유라고 할지라도, 시간적 여유의 내재적 가치를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여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다.

같은 휴식시간으로 TV오락프로를 볼 수도 있고, 미래 사이언스 탐구나 선진국가의 우수한 사회제도와 역사, 또는 혁신기업의 자기혁신 노력에 관한 프로를 볼 수도 있다.

아니면 차라리 독서나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생동감과 충만함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갖는 시간적 여유의 내재적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사회규범이나 생활규범이라면, 이 부분에서 우리가 조정해야 할 외생변수의 영향은 막대하다.

셋째 생산에 투입하는 시간과 휴식ㆍ오락에 투입하는 시간은 중첩될 수 없다는 선입견을 과감히 타파하는 것이다.

이른바 `워크테인먼트(worktainment)'라는 용어가 의미하듯 `일이 곧 즐거움이요 놀이'라는 생각의 전환이다. 세계적 초우량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 사훈중 하나는 바로 `즐거움(fun)'이다.

기업과 조직문화를 `대립적, 투쟁적 문화'에서 `여유로움과 즐거움의 문화'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때론 `놀기 위해 회사에 출근한다'는 얘기를 떳떳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워렌버핏은 "주식투자가 자신이 다닐 회사를 선택하는 문제와 비슷하다"고 말 한 적이 있다. 이는 정책수립에도 똑같이 적용될 듯하다.

"정책수립은 자신이 살 사회를 선택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그것은 `어려움'의 문제라기보다 `올바른 선택'의 문제다. 올바른 정책을 선택해야 시간 낭비와 고통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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