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1)라돈과 지진 연관은 새로운 지동설
(2)이탈리아 과학자 “라돈·지진 연관” 선동죄 고발당한 뒤 라퀼라시 지진
(3)경주 지진 전후 3개월치 토양 분석 결과 라돈 농도, 표준편차 2배 이상 ‘4회’
(4)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

지진 전조 현상, 지진예지(예측)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현상의 일관성 있는 반복성과 재현성은 필수적이다.

라돈 가스(radon gas) 농도 증가, 지진광, 지하수 수질 변화와 동물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같은 각종 2차 매체를 통한 지진 예지 노력이 있다.

라돈 가스는 암석 내에 포함된 방사성 동위원소 붕괴에 의해 생성되는 가스이다. 단층대 암석이 파쇄 되면서 암석 내에 존재하던 라돈 가스가 지하수에 용해돼 매질 내에 그 농도가 증가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라돈 가스 역시 지진광과 마찬가지로 농도 증가를 반드시 지진 발생과 연관 지어서 설명할 수 없다. 또한, 동물의 비정상 행동의 원인을 지진과 관련되지 않은 다른 원인과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지진 예지와 관련하여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는 것은 지진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려움을 반증한다.

최근 들어 지진 발생과 관련한 물리적 현상에 부합하는 보다 현실적인 관측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진 발생 전에 단층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매질의 변형을 GPS, 응력계, 변형률계, 경사계를 활용하여 측정하거나, 단층대 파쇄 진행에 따라 전기비저항(전류의 흐름에 저항하는 물질의 특성)이 감소하는 현상을 응용한 전기전도도 측정 방법이 있다.

하지만 단층대를 직접 모니터링 하는 방법은 관측 시스템이 설치된 단층대만을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접근이 불가능한 해상지역에서는 한계가 있다. 또한 매질의 변형과 응력 누적이 오랜 기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 짧은 기간의 모니터링으로 그 변화추이를 쉽게 판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진 발생에 동반되는 다양한 특징으로 인해, 한 가지의 특정한 방법으로 효율적인 지진을 예측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효율적인 지진 예지를 위해 지진의 다양한 특징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진 특성은 주기성이다.

하지만, 지진의 발생 주기는 매질 특성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특히, 과거에 발생한 지진의 규모는 미래에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 규모를 가늠케 하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진의 주기성과 더불어, 대형 지진 발생 전에 단층대에 보이는 지진 발생 빈도 변화 역시 중요한 전조 현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진 예측과 예지 분야는 아직까지 인류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많은 지진학자들은 이 거대 자연재해로부터 인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의 신비가 조금씩 풀리고 있으며, 지진예보에 성공할 날이 머지않았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09년 4월6일 오전 3시32분 규모 6.3의 강진이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시를 덮쳤다. 약 20초 동안의 지진동으로 308명이 사망했고, 1만1000채가량의 건물이 파괴됐으며 약 16조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검찰이 잦은 소지진들을 대지진의 전조로 경고하지 않았다며 지진학자 6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 지진의 발생 직전 방사성물질인 라돈 농도를 통해 대지진 발생을 예측한 이가 있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매거진과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립물리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지암파올로 줄리아니는 대지진 발생 한달 전 이탈리아 곳곳에 설치했던 라돈 측정기에서 라돈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으며 3월 말쯤 라퀼라시 인근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진은 그가 예언한 날에 발생하지 않았고 줄리아니는 선동죄로 고발당했다. 학계에서도 대부분 그의 예언을 무시했던 것은 기존 연구에서 라돈 농도와 지진 발생 사이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한 것은 줄리아니가 예언한 날로부터 열흘 뒤였다.

학계에서는 지진을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의 이상행동, 지하수위 변동, 오존 농도, 지구 상공 100~600㎞ 높이 전리층의 전기 장애 등 지진의 전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들이 지진 예측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예보가 가능할 정도로 인과관계가 규명된 현상은 없다.

이 가운데 라돈의 농도 변화는 지진을 예측하게 해주는 유력한 요소로 꼽힌다.

실내 농도가 높아질 경우 폐암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인류의 안전에 기여하게 될지도 모르는 셈이다.

라돈은 1899년 영국 물리학자인 어니스트 러더포드와 미국 공학자인 로버트 오언스가 발견한 방사성 기체다.

우라늄과 토륨 등이 방사선을 방출하고 붕괴하면서 라듐이 생성되며 라듐이 방사선을 내뿜으며 붕괴하면서 라돈이 생성된다.

색깔도 냄새도 맛도 없는 라돈은 자연발생적인 방사성물질이지만 먼지 등과 함께 체내, 특히 폐로 들어가면 문제가 된다. 방사선이란 방사성물질이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우라늄, 토륨, 라듐 같은 물질의 불안정한 원자핵은 방사선과 입자 등을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고 안정된 상태로 변화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가 국내 학회인 자원환경지질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자원환경지질’ 올해 1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16년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전후 3개월 동안 해당 지역 토양의 라돈 농도가 평균에서 표준편차의 2배 이상으로 벗어난 기간이 4회 확인됐다.

경주 지진 전후 3개월의 기간인 2016년 6월3일~12월31일 토양 내 라돈 농도가 계절 평균에서 표준편차의 2배 이상 벗어난 변화는 7월3~5일, 같은 달 13일, 8월4~5일, 10월17~20일 등 네 차례였다. 연구진은 10월의 사례를 제외한 3회가 라돈 농도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경주 지진의 진앙으로부터 59㎞ 거리의 금정산 인근에서 2014년 1월1일부터 2017년 5월31일 사이 토양 내 라돈 농도의 변화 특성과 변화 요인, 경주 지진 전후 토양 내 라돈 농도의 변화를 비교·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토양 내 라돈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으로는 온도, 기압 등이 있는데 계절별로는 여름철의 라돈 농도가 높고, 겨울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온도와 토양온도가 높을수록, 기압이 낮아질수록 토양 내 라돈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3~5일의 경우 토양온도는 거의 변화하지 않고, 대기온도가 하강했으며 대기압이 상승했지만 라돈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 대기온도가 내려가고, 대기압이 상승할 경우 일반적으로 라돈 농도는 내려가기에 연구진은 이때의 라돈 농도 변화를 이상현상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달 13일의 경우 대기온도와 토양온도가 내려가고, 대기압이 올라갔지만 라돈 농도는 상승했다. 8월4~5일의 경우 대기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기온도가 상승했지만 토양온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에도 라돈 농도는 증가했다.

7월13일과 8월4~5일 모두 일반적인 라돈 농도 변화와는 상반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10월의 경우 대기온도가 상승하고, 토양온도가 다소 올라갔으며 대기압이 하강함에 따라 라돈 농도가 크게 증가한 경우여서 이상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진은 10월의 경우도 12월12일과 12월14일 발생한 규모 3.3의 여진과의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2016년 6월3일에서 10월13일 사이 경주 지진 전후 기간만으로 한정해 토양 내 라돈 농도와 환경요인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경주 지진 직전 라돈 농도의 급격한 상승은 경주 지진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이 측정지점에서 라돈 농도를 모니터링할 경우 경주 지진의 전조현상을 감지할 잠재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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