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잠언 11장 14절 -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좌우명

14도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모사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

간첩을 다루고 간첩을 제어하는 모사꾼들의 집합체가 각 나라의 정보기관이다. 간첩은 국가 흥망을 가를 수 있다.

세계적 정보기관을 보면서 한국 국정원과 국정원장들을 생각한다

미국 정보기관장에 여성이 임명될 모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CIA 국장으로 여성인 지나 해스펠(62) 부국장을 지명했다. '마담 세크리터리(secretary)' 주인공처럼 고문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걸림돌이나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면 CIA 역사상 첫 '마담 디렉터(director·국장)'가 된다.

CIA 근무 경력이 30년이 넘는데도 알려진 개인 정보는 '일과 결혼한 여자' '훈장 4개 탄 최고의 스파이' 'CIA 비밀공작국장 출신' 정도에 불과하다. 해스펠이 평창 올림픽 기간 극비리에 방한(訪韓)해 남북 당국자와 접촉했다는 소문도 있다

세계 정보기관장에 여성국장이 처음은 아니다.

1992~1996년 영국 국내정보국(MI5)을 이끈 여성 국장 스텔라 리밍턴(82)이 있었다. 영화 '007'에 등장하는 여성 정보국장 'M(주디 덴치)'의 실존 모델이다.

리밍턴은 한 인터뷰에서 "여성은 동정심을 유발하고 설득력이 있고 때론 잔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보 요원으로선 최적격"이라고 했다. 리밍턴 임명 이후 여성이 미인계 주인공으로만 활동하던 시절은 끝났다.

세계를 흔든 간첩사건으로 보면 정보기관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여간첩 선안나(沈安娜)는 1937년 속기사로 국민당에 위장 취업했다. 그녀는 1949년 공산당의 승리로 국공(國共)내전이 끝날 때까지 국민당 정보를 공산당에 넘겼다.

장제스(蔣介石)가 아침에 어머니 욕을 하면 마오쩌둥(毛澤東)은 저녁에 그 내용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등잔 밑의 공산당 스파이를 10여 년간 눈치 채지 못한 장제스는 정보전에서부터 마오쩌둥에게 완패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 엘리 코헨은 카밀 타베스라는 레바논 이주 시리아인으로 위장하고 멀리 아르헨티나로 날아간다. 나중에 시리아 대통령이 되는 아르헨티나 주재 시리아 무관 아민 알하페즈 장군 등과 깊이 사귄다.

그 후 시리아에서 결정적인 군사정보 등을 빼낸다. 이스라엘의 모셰 다얀 장군은 1967년 6일전쟁에서 시리아에 대승한 뒤 “코헨이 아니었다면 골란고원 요새 점령은 영원히 불가능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1986년 이스라엘 핵 기술자 모르데하이 바누누는 핵무기 정보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흘렸다가 런던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미인계에 걸려 쥐도 새도 모르게 예루살렘으로 압송돼 18년간 수감됐다.


옛 동독 간첩 귄터 기욤은 1956년 동독 탈출 망명자로 위장해 서독에 정착했고, 사민당에서 경력을 쌓은 뒤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 휘하의 연방총리실 직원이 되고, 1972년 총리 당무비서가 되어 브란트의 일정과 문서를 관리했다.

친구처럼 휴가에 동행할 만큼 브란트의 신뢰를 받았던 기욤이 동독 스파이로 밝혀진 것은 서독 ‘위장망명’ 18년 뒤인 1974년이었다.

북한도 첩보 정보기관이 있다.

한국을 잡으려면 관료제도를 이용할 것이다. 실제 김일성의 교시다.

“남조선에서는 고시(高試)만 되면 행정부 사법부 어디든지 파고들 수 있다. 검열된 학생 중에 똑똑한 아이들은 데모에 내몰지 말고 고시를 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라”.

국정원의 분발이 요구된다.
거대한 행정관료 조직으로만 존재하면 안된다. ·대외 공작과 정보 분야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조직을 모사드나 CIA 이상 발전시키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국정원 개혁이다.

1970년대 이후 장기침체에 빠졌던 이스라엘 모사드를 다시 사자로 부활시킨 것은 10대 국장(2002∼2010년 재임) 메이어 다간이었다. 그는 재임 전반 3, 4년 사이에 공작·작전파트를 대폭 강화하는 등 대대적 조직개혁을 이뤄냈다.

‘도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모사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성경 잠언 11장 14절).

모사드는 성경 잠언을 실천하면서 이스라엘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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